트랙 B 종교·철학 · B0 방법론과 범주 통제

B0-4양자 신비주의 분별

관측자 효과와 비국소성을 근거로 삼는 형이상학적 주장을 가장 강한 형태로 재구성한 뒤, 벨 정리가 실제로 배제하는 것과 배제하지 않는 것을 갈라 물리적으로 바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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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원전

  • John S. Bell, 『On the Einstein Podolsky Rosen Paradox』 1절 및 결론부 · Physics Physique Fizika 1 (1964) 195-200 ·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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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상황

양자역학만큼 자주 형이상학의 근거로 동원되는 물리 이론은 없다. 동원의 형식은 대개 둘이다. 하나는 관측자 효과다. 관측이 상태를 결정한다고 하니 의식이 실재를 만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비국소성이다. 떨어진 두 입자가 즉시 연결되어 있다고 하니 우주가 하나의 전체이며 분리는 환상이라는 것이다.

이 두 주장을 비웃는 것은 쉽지만 유익하지 않다. 비웃음은 진단이 아니다. 진단하려면 먼저 주장을 가장 강한 형태로 세워야 한다. 실제로 측정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물리학의 문제이고, 폰 노이만이 그린 측정의 사슬에는 어디서 끊어야 하는지를 정해 주는 물리적 표지가 없으며, 20세기 중반의 일급 물리학자 몇 사람이 의식을 그 절단면으로 제안했다. 상관관계가 국소적 공통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고, 이것은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정리와 실험의 결과다.

그러므로 이 단원이 할 일은 "양자역학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학이 실제로 확립한 명제와 그 명제에서 따라 나오지 않는 명제를 한 줄씩 갈라놓는 것이다. 갈라놓고 나면 남는 형이상학적 주장은 여전히 주장으로 남는다. 다만 물리학의 권위를 빌리지 못한 채로 남는다.

원전 발췌

개별 측정의 결과를 정하기 위해 통계적 예측은 바꾸지 않은 채 양자역학에 매개변수를 더하는 이론이라면, 한 측정 장치의 설정이 아무리 멀리 있는 다른 장치의 눈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떤 기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영어

In a theory in which parameters are added to quantum mechanics to determine the results of individual measurements, without changing the statistical predictions, there must be a mechanism whereby the setting of one measuring device can influence the reading of another instrument, however remote.

John S. Bell, 『On the Einstein Podolsky Rosen Paradox』 1절· Physics Physique Fizika 1 (1964) 195-200

벨의 결론은 조건문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1]. "숨은 변수를 더해 개별 결과를 정하려 한다면"이라는 전건이 있고, 그 전건 아래에서만 국소성을 버려야 한다는 후건이 따라 나온다.

적어도 하나의 양자역학적 상태, 곧 단일항 상태에 대해서는 양자역학의 통계적 예측이 분리 가능한 사전 결정과 양립하지 않는다.

영어

For at least one quantum mechanical state, the singlet state, the statistical predictions of quantum mechanics are incompatible with separable predetermination.

John S. Bell, 『On the Einstein Podolsky Rosen Paradox』 결론부· Physics Physique Fizika 1 (1964) 195-200

벨이 배제한 것은 "분리 가능한 사전 결정", 곧 각 입자가 측정 전에 자기 쪽 설정에만 의존하는 결과를 지니고 다닌다는 그림이다. 의식도, 관측자도 이 정리의 어느 전제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논증 재구성

신비주의적 논증을 가장 강한 형태로. 상대의 논증을 약하게 만들어 놓고 반박하면 진단이 아니라 자기 위안이 된다.

  1. 표준 양자역학은 측정이 일어나기 전의 상태 변화(유니터리 발전)와 측정에서 일어나는 변화(결과의 확정)를 서로 다른 규칙으로 기술한다.
  2. 어느 물리적 상호작용이 측정으로 세어지는지를 이론 자체가 정해 주지 않는다. 이것이 측정 문제다.
  3. 측정 장치를 계에 포함시켜 양자역학적으로 다루면 사슬은 다시 이어지고, 절단면은 더 뒤로 밀린다.
  4. 사슬의 끝에 놓인 유일한 항목은 결과를 아는 주체다.
  5. 그러므로 의식이 절단면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6. 또한 벨 정리와 그 실험적 확인은 떨어진 두 계가 국소적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보였다.
  7. 따라서 실재는 관측하는 의식에 의존하며, 세계는 부분으로 나뉘지 않는 하나의 전체다.

물리학이 실제로 확립한 명제.

  1. 벨 부등식은 국소성과 측정 설정의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두 가정 아래 유도된다. 양자역학은 이 부등식을 어기며, 허점을 닫은 실험들도 어김을 확인했다.
  2. 그러므로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은 배제된다. 배제된 것은 이론의 한 부류이지 "분리"라는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다.
  3. 무신호 정리가 성립한다. 한쪽 실험자가 얻는 결과의 확률분포는 먼 쪽의 설정에 전혀 의존하지 않는다. 두 결과의 상관은 양쪽 기록을 나중에 빛보다 느린 통신으로 맞춰 본 뒤에야 드러난다.
  4. 따라서 벨 정리로부터 신호도, 원격 작용의 제어도, 의식의 인과적 개입도 따라 나오지 않는다.
  5. 결어긋남 이론은 거시적 자유도와의 얽힘만으로 간섭항이 관측 불가능해지는 과정을 정량적으로 기술한다. 이 과정에는 의식이 들어가지 않는다.
  6. 측정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이론들, 곧 자발적 붕괴 이론, 파일럿파 이론, 다세계 해석은 모두 의식을 기본 개념으로 쓰지 않는다 [2].

두 목록을 겹쳐 보면 신비주의 논증이 어디서 갈라지는지 보인다. 전제 1에서 3까지는 옳고, 전제 6도 옳다. 갈라지는 자리는 전제 4다. 사슬의 끝에 놓인 유일한 항목이 의식이라는 주장은 물리학의 명제가 아니라 사슬을 어디까지 물리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며, 결어긋남은 그 판단이 성급했음을 보인다.

반론과 재반론

반론 1. 결어긋남은 측정 문제를 풀지 못한다. 간섭항이 관측 불가능해진다는 것과 하나의 결과만 일어난다는 것은 다르다. 그러니 의식 절단면을 배제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재반론. 이 반론은 정확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결어긋남은 왜 거시적 중첩이 보이지 않는지를 설명하지만 왜 하나의 값이 실현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이 단원의 주장은 "결어긋남이 측정 문제를 풀었다"가 아니라 "사슬의 끝에 남는 것이 의식뿐이라는 전제가 거짓이다"이다. 미해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특정 해답을 지지하지 않는다. 미해결을 곧바로 자기 답으로 채우는 것이 여기서 진단해야 할 범주 오류의 형태다.

반론 2. 위그너를 비롯한 물리학자들이 실제로 의식 붕괴를 제안했다. 권위 있는 물리학자가 제안한 해석을 형이상학적 오용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당하다.

재반론. 제안 자체는 정당한 물리학적 시도였다. 문제는 그 제안이 어떤 지위를 갖는지다. 의식 붕괴 해석은 언제 의식이 생겼는지, 의식 없는 우주에서는 무엇이 일어났는지, 두 관찰자가 서로에 대해 어떤 상태인지에 답해야 하고, 위그너 자신이 후기에 이 난점 때문에 입장을 거두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여러 해석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다. 여러 경쟁 해석 중 하나를 "양자역학이 말하는 바"로 제시하는 것은 인용의 오류다.

반론 3. 비국소적 상관이 실재한다면 세계가 근본적으로 하나라는 일원론은 적어도 물리학과 잘 어울린다. 정합성은 증거가 아닌가.

재반론. 정합성은 배제되지 않았다는 뜻이지 지지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얽힘 상관은 국소적 다원론과도 양립한다. 얽힌 상태를 부분들의 관계로 기술하는 형식이 존재하고, 그 형식에서 부분은 사라지지 않는다. 일원론을 택하려면 얽힘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논증이 필요하다. 이때 얽힘은 예시로 쓸 수는 있어도 전제로 쓸 수는 없다 [3].

물리학과의 접점

이 절은 접점을 표시만 한다. 아래 항목 가운데 어느 것도 형이상학적 결론의 전제로 쓰이지 않는다.

  • 트랙 A 의 장과 국소성 절은 상대론적 장이론이 국소적 상호작용만을 쓴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는 무신호 정리와 함께 읽어야 벨 정리의 비국소성이 어떤 종류인지 정확히 잡힌다.
  • 트랙 A 의 측정과 결어긋남 논의는 여기서 전제 4 를 무너뜨리는 데만 쓰였다. 어느 해석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이 단원이 아무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
  • 벨 부등식 위반은 반증 가능성의 모범 사례다.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이라는 부류 전체가 하나의 실험 부등식으로 시험되고 배제되었다. 형이상학적 주장에 이런 구조가 붙어 있는지 묻는 것이 트랙 C 의 과제다.

연습문제

문제 1오류 진단형

다음 단락에서 물리적으로 틀린 문장과, 물리적으로는 옳지만 결론을 지지하지 못하는 문장을 각각 가려내시오.

벨의 실험은 얽힌 두 입자가 거리와 무관하게 즉시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증명했다. 따라서 정보는 빛보다 빠르게 전달될 수 있고, 마음도 같은 방식으로 멀리 있는 물질에 작용할 수 있다.

해설

물리적으로 틀린 문장은 "정보는 빛보다 빠르게 전달될 수 있다"이다. 무신호 정리에 따라 한쪽의 결과 분포는 먼 쪽의 설정에 의존하지 않으며, 상관은 양쪽 기록을 고전적 통신으로 맞춰 본 뒤에야 드러난다. 얽힘으로 통신할 수 없다는 것은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형식에서 따라 나오는 정리다.

"거리와 무관하게 서로 영향을 준다"는 첫 문장은 반쯤 옳고 반쯤 틀렸다. 정확히 말하면 벨 정리가 배제한 것은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이다. 상관이 국소적 공통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진술은 옳고, 한쪽이 다른 쪽을 제어한다는 진술은 틀렸다.

마지막 문장은 앞 문장들과 다른 범주에 속한다. 마음의 작용은 물리적 상호작용 항으로 기술되지 않았고, 벨 정리의 어느 전제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흔한 오류는 상관과 신호를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유는 일상에서 멀리 떨어진 두 사건이 딱 맞아떨어지면 한쪽이 다른 쪽에 알렸다고 보는 것이 거의 언제나 옳기 때문이다. 얽힘은 이 일상적 추론이 통하지 않는 드문 경우다.

문제 2논증 재구성형

"측정 문제가 미해결이므로 의식이 실재를 만든다"는 논증을 전제-결론 형식으로 세우고, 같은 형식으로 정반대 결론도 나온다는 것을 보이시오.

해설

재구성.

  1. 측정 문제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2. 풀리지 않은 문제에는 아직 배제되지 않은 답이 여럿 있다.
  3. 의식 붕괴는 배제되지 않은 답 가운데 하나다.
  4. 따라서 의식이 실재를 만든다.

3 에서 4 로 가는 단계가 타당하지 않다. 같은 형식으로 "다세계 해석은 배제되지 않은 답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모든 결과가 실제로 일어난다"도 얻어지고, 두 결론은 양립하지 않는다. 배제되지 않음은 여러 후보가 공유하는 성질이므로 어느 하나를 골라 주지 못한다.

흔한 오류는 이 형식을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과 혼동하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유는 두 추론이 겉보기에 같은 모양이기 때문이다. 차이는 비교에 있다.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은 후보들을 나열하고 비교 기준을 대고 하나를 고르는 반면, 위 논증은 후보 하나만 들고 남은 자리를 채운다.

문제 3반론 작성형

이 단원의 정리, 곧 "벨 정리는 형이상학적 결론의 전제가 될 수 없다"에 대해 가장 센 반론을 만들고 답하시오.

해설

가장 센 반론은 이 정리가 물리학을 형이상학과 지나치게 절연시켜, 실제로 물리학이 형이상학적 그림을 바꾼 사례들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논증은 이렇다. 뉴턴 역학은 원격 작용이라는 형이상학적 그림을 실제로 바꾸었고, 상대성이론은 절대 동시성이라는 개념을 폐기했다. 물리학이 형이상학적 명제를 한 번도 건드리지 못한다면 이 사례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벨 정리도 같은 방식으로 "분리 가능성"이라는 형이상학적 가정을 실제로 제약한다.

이 반론은 상당 부분 옳고, 답은 제약과 함축을 구별하는 데 있다. 벨 정리는 형이상학적 선택지의 공간을 실제로 좁힌다. 국소성과 사전 결정과 설정 자유를 모두 유지하는 그림은 더 이상 쓸 수 없다. 이것은 진짜 제약이다. 그러나 남은 선택지는 여전히 여럿이고, 그중 하나를 고르는 일은 정리 바깥의 논증을 요구한다. 이 단원이 금지하는 것은 제약을 함축으로 바꿔 읽는 단계이지, 물리학이 형이상학에 아무 영향도 주지 못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라일의 표현을 빌리면, 선택지를 지우는 일과 선택지를 고르는 일은 서로 다른 유형의 작업이다 [4].

더 읽기

  • [1] 는 여섯 쪽짜리 논문이며, 부등식 유도는 한 쪽 남짓이다. 전제가 어디서 쓰이는지 직접 따라가 보는 것이 이 단원의 가장 좋은 복습이다.
  • [2] 는 비국소성과 상대성이론의 관계를 정면으로 다룬다. 무신호 정리가 왜 양립 가능성의 전부는 아닌지에 대한 논의가 특히 유용하다.
  • [3] 는 양자 신비주의 주장들을 사례별로 검토한다. 논조가 강해 일부 대목은 상대 입장을 약하게 세우므로, 이 단원의 방침에 맞게 비판적으로 읽는다.

참고문헌

  1. Bell, J. S. (1964). On the Einstein Podolsky Rosen Paradox. Physics Physique Fizika 1, 195–200. doi:10.1103/PhysicsPhysiqueFizika.1.195
  2. Maudlin, T. (2007). The Metaphysics Within Physics. Oxford University Press.
  3. Stenger, V. J. (2009). Quantum Gods: Creation, Chaos, and the Search for Cosmic Consciousness. Prometheus Books.
  4. Ryle, G. (1949). The Concept of Mind. Hutchin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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