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 B 종교·철학 · B0 방법론과 범주 통제

B0-3설명의 종류와 범주 오류

인과적·법칙적·목적론적·근거지음 설명을 구분하고, 물리적 설명과 목적론적 설명을 한 문장에 섞은 진술을 지적해 두 문장으로 나누어 고친다.

Jun Lee종교·철학입문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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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원전

  • Gilbert Ryle, 『The Concept of Mind』 1장 "Descartes' Myth" · Hutchinson 1949 · 영어

번역본으로 읽어도 좋지만 해설서만 읽고 원전을 건너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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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상황

물리학 교과서는 목적론의 문법을 자주 빌린다. "빛은 가장 빠른 경로를 택한다", "계는 에너지가 낮은 상태를 선호한다", "자연은 대칭을 좋아한다" 같은 문장이 그렇다. 이 문장들은 편리하고,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는 오해를 낳지 않는다. 무엇을 줄여 쓴 것인지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문장이 교실 밖으로 나갈 때 생긴다. "자연은 대칭을 좋아한다"가 "자연에는 대칭을 향한 지향이 있다"로 읽히고, 다시 "그 지향을 부여한 자가 있다"로 읽힌다. 세 문장은 겉으로 이어져 보이지만 첫 문장과 둘째 문장 사이에서 이미 설명의 종류가 바뀌었다. 첫 문장은 변분 원리에 대한 줄임말이고, 둘째 문장은 지향이라는 심적 술어를 물리계에 붙인 진술이다.

거꾸로 가는 경우도 흔하다. "우주 상수가 이렇게 미세하게 조정된 것은 생명이 존재하기 위해서다"라는 문장은 목적론적 설명을 물리학의 설명 자리에 앉힌다. 이 문장이 틀렸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문장은 물리학의 문장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물리학의 증거로 지지되거나 반박되지 않는다는 것을 먼저 말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단원은 범주 오류를 진단하는 훈련이다. 진단의 기준은 "틀렸는가"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설명을 요구하는 자리에 다른 종류의 설명을 놓았는가"다.

원전 발췌

그는 묻는다. "그런데 대학은 어디 있습니까? 학료 구성원들이 사는 곳, 학적과가 일하는 곳, 과학자들이 실험하는 곳은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구성원들이 살며 일한다는 대학 자체는 아직 못 보았습니다."

영어

He then asks 'But where is the University? I have seen where the members of the Colleges live, where the Registrar works, where the scientists experiment and the rest. But I have not yet seen the University in which reside and work the members of your University.'

Gilbert Ryle, 『The Concept of Mind』 1장· Hutchinson 1949

라일의 방문객은 틀린 사실을 믿는 것이 아니다. 그는 건물과 조직이라는 서로 다른 논리적 유형의 것을 같은 목록에 올려놓고 하나를 찾고 있다 [1]. 오류는 답이 아니라 물음의 형식에 있다.

그 학설은 마음에 관한 사실들이 실제로는 다른 논리적 유형 또는 범주에 속하는데도 마치 어떤 한 유형에 속하는 것처럼 표현한다.

영어

It represents the facts of mental life as if they belonged to one logical type or category, when they actually belong to another.

Gilbert Ryle, 『The Concept of Mind』 1장· Hutchinson 1949

논증 재구성

라일의 논증.

  1. 범주 오류는 어떤 개념을 그것이 속하지 않는 논리적 유형의 개념들과 같은 자리에 놓을 때 생긴다.
  2. 데카르트적 심신 이원론은 마음을 물체와 같은 유형의 것, 곧 하나의 특수한 실체로 놓는다.
  3. 그 결과 "마음과 몸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라는 물음이 생기는데, 이 물음은 "대학은 어디 있는가"와 같은 형식의 물음이다.
  4. 잘못 세워진 물음에는 옳은 답이 없다. 답을 찾는 대신 물음의 형식을 고쳐야 한다.
  5. 따라서 심신 문제의 상당 부분은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 아니라 개념 지도의 수정으로 다루어야 한다.

설명 종류의 구분.

  1. 인과적 설명은 어떤 사건이 어떤 선행 사건에 의해 일어났는지를 말한다. 시간 순서가 있고, 개입으로 시험할 수 있다.
  2. 법칙적 설명은 어떤 사실이 어떤 일반 법칙과 초기 조건에서 따라 나오는지를 말한다. 시간 순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3. 목적론적 설명은 어떤 것이 무엇을 위해 있는지를 말한다. 목적을 가진 행위자나 기능을 가진 체계를 전제한다.
  4. 근거지음 설명은 어떤 사실이 어떤 더 근본적인 사실 덕분에 성립하는지를 말한다. 시간적이지 않고 인과적이지도 않다 [2].
  5. 네 설명은 서로 번역되지 않는다. 한 종류의 물음에 다른 종류의 답을 주면, 그 답은 참이더라도 물음에 답하지 않은 것이다.

반론과 재반론

반론 1. 목적론적 설명을 물리학에서 몰아내는 것은 지나치다. 변분 원리는 형식 자체가 목적론적이다. 계는 시작점과 끝점 사이에서 작용이 정류값을 갖는 경로를 따른다. 이것은 "끝을 보고 고르는" 구조다.

재반론. 이 반론은 가장 강한 형태로 받아들여야 한다. 변분 원리의 전역적 형식은 실제로 국소적 미분방정식보다 목적론적 문법에 가깝고, 물리학자들도 그 인상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은 변분 원리와 수학적으로 동치이며, 어느 쪽도 다른 쪽보다 더 근본적이라고 물리학이 정해 주지 않는다. 동치인 두 형식 가운데 하나가 목적론적으로 읽힌다는 사실은 자연에 목적이 있다는 근거가 아니라, 같은 내용을 두 문법으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목적론적 해석을 택하려면 물리학 바깥의 논증이 따로 필요하다.

반론 2. 생물학은 기능적 설명을 정당하게 쓴다. 심장은 피를 돌리기 위해 있다는 문장은 참이고 과학적이다. 그렇다면 목적론적 설명이 자연과학에서 배제된다는 전제가 틀렸다.

재반론. 옳다. 다만 생물학의 기능적 설명은 선택의 역사로 환원되는 줄임말이다. "심장은 피를 돌리기 위해 있다"는 "피를 돌리는 효과를 낸 변이가 선택되어 왔다"의 축약이고, 이 축약은 인과적 설명으로 풀린다. 풀리지 않는 목적론, 곧 선행하는 행위자의 의도를 요구하는 목적론은 생물학에도 없다. 구분해야 할 것은 목적론적 문법 일반이 아니라 환원되지 않는 목적론이다.

반론 3. 범주의 목록 자체가 임의적이다. 인과, 법칙, 목적, 근거지음을 네 종류로 나눈 것은 한 전통의 선택일 뿐이며, 다른 목록을 쓰면 오류 진단도 달라진다.

재반론. 목록이 유일하지 않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진단의 힘은 목록의 완전성에서 오지 않고 시험 가능성에서 온다. 각 설명 종류에는 서로 다른 반박 방식이 붙어 있다. 인과적 주장은 개입으로, 법칙적 주장은 다른 초기 조건으로, 목적론적 주장은 목적 귀속의 정당화 논증으로 반박된다. 한 문장이 어떤 방식으로도 반박되지 않는다면 그 문장은 두 종류를 섞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 시험은 목록이 달라져도 작동한다 [3].

물리학과의 접점

이 절은 접점을 표시만 하고, 물리학의 결과에서 형이상학적 결론을 끌어내지 않는다.

  • 트랙 A 의 라그랑지안 밀도와 변분 원리는 위 반론 1 의 재료다. 그 절을 읽을 때 전역적 형식과 국소적 형식이 어떻게 동치가 되는지를 눈여겨보되, 동치라는 사실 자체가 목적론을 지지하지도 반박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기억한다.
  • 트랙 A 의 대칭과 보존량은 "자연이 대칭을 좋아한다"는 줄임말이 무엇의 줄임말인지 정확히 보여 준다. 이 단원에서는 그 문장이 줄임말이라는 사실만 쓰고, 대칭의 존재론적 지위는 트랙 B 후반 모듈로 미룬다.
  • 미세 조정에 관한 물리적 사실과 그에 대한 목적론적 해석은 서로 다른 트랙에 속한다. 사실을 해석의 전제로 쓰려면 트랙 C 의 근거 표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연습문제

문제 1오류 진단형

다음 문장에서 섞인 두 종류의 설명을 가려내고, 두 문장으로 나누어 고쳐 쓰시오.

전자가 이중 슬릿에서 간섭무늬를 만드는 것은 자연이 가능한 모든 경로를 탐색해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해설

앞부분은 관측 사실, 뒷부분은 목적론적 설명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경로합 형식에 대한 잘못된 요약이 끼어 있다.

경로 적분 형식에서 진폭은 모든 경로에 대한 합이며, 어떤 경로가 "선택되는" 것이 아니다. 고전적 경로가 두드러지는 것은 그 근처에서 위상이 서로 상쇄되지 않기 때문이지, 효율이 판정 기준이어서가 아니다. "효율적"이라는 말은 물리량의 이름이 아니다.

고쳐 쓴 예.

  • (물리) 전자의 간섭무늬는 두 경로의 진폭이 겹쳐 더해지고 그 절대값의 제곱이 검출 확률을 주기 때문에 나타난다.
  • (형이상학) 자연에 경로를 고르는 지향이 있다는 주장은 별도의 논증을 필요로 하며, 간섭무늬의 존재에서 따라 나오지 않는다.

흔한 오류는 "탐색한다"를 물리학의 서술로 오해하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유는 파인만의 대중적 설명이 실제로 이 비유를 쓰기 때문이다. 비유가 교육적으로 유용한 것과 비유가 주장인 것은 다르다.

문제 2오류 진단형

다음 물음이 왜 라일의 방문객이 던진 물음과 같은 형식인지 설명하고, 물음을 쪼개어 답할 수 있는 두 물음으로 고치시오.

물리 법칙들을 모두 알고 나면, 그 법칙들이 존재하게 만든 힘은 어디에 있는가?

해설

방문객은 학료와 도서관을 다 보고 나서 같은 목록의 한 항목으로 대학을 찾았다. 이 물음은 법칙들을 다 열거하고 나서 같은 목록의 한 항목으로 "법칙을 존재하게 한 힘"을 찾는다. 힘은 법칙 안에서 정의되는 양이므로, 법칙의 성립 근거를 묻는 자리에 놓일 수 없다.

쪼갠 두 물음.

  1. (물리) 우리가 아는 법칙들은 더 근본적인 법칙의 낮은 에너지 극한으로 유도되는가. 이것은 유효 이론 사이의 관계를 묻는 물리학의 물음이다.
  2. (형이상학) 가장 근본적인 법칙이 다른 것일 수도 있었는데 왜 이것인가. 이것은 근거지음과 양상을 다루는 물음이며, 물리학의 답이 없다.

흔한 오류는 1 에 답한 뒤 2 에도 답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유는 "왜"라는 한 낱말이 두 물음에 모두 쓰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원인을 네 가지로 나눈 것도 같은 낱말이 여러 물음을 덮는다는 사정에서 출발했다 [4].

문제 3반론 작성형

"설명의 종류를 구분해야 한다"는 이 단원의 규칙에 대해, 통합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가장 센 반론을 만들고 그에 답하시오.

해설

가장 센 반론은 구분이 통합을 미리 봉쇄한다는 것이다.

논증은 이렇다. 어떤 설명이 어느 범주에 속하는지는 이론이 성숙한 뒤에야 정해진다. 열은 한때 물질의 종류였고 지금은 운동의 통계적 성질이다. 처음부터 범주를 고정하면, 두 범주에 걸쳐 있던 현상이 하나로 합쳐지는 사건 자체를 기술할 언어가 없어진다. 범주 규율은 보수적 장치이며 통일을 목표로 하는 기획에는 해롭다.

이 반론에는 부분적으로 동의해야 한다. 범주는 발견에 따라 다시 그려질 수 있고, 다시 그리는 일이 곧 통합이다. 다만 이 단원의 규칙은 범주를 영구히 고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어느 범주에서 말하고 있는지 명시하라는 것이다. 명시된 경계는 옮길 수 있고, 옮기는 순간을 논증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 명시되지 않은 경계는 옮겨졌는지도 알 수 없고, 그래서 정당화도 반박도 불가능하다. 통합을 진지하게 하려면 오히려 경계를 또렷하게 그려 두어야 한다.

더 읽기

  • [1] 1장은 범주 오류라는 말이 처음 쓰인 자리다. 대학 비유와 사단 비유 두 예가 연달아 나오며, 둘째 예가 물리학 사례에 더 가깝다.
  • [2] 는 근거지음을 인과와 구별되는 독자적 관계로 세우려는 시도다. 설명 종류 구분을 형이상학 쪽에서 정교화한 문헌으로 읽을 수 있다.
  • [3] 는 심적 인과를 다루면서 설명의 배제 논증을 전개한다. 범주 구분이 실제 논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 준다.

참고문헌

  1. Ryle, G. (1949). The Concept of Mind. Hutchinson.
  2. Schaffer, J. (2009). On What Grounds What. Metametaphysics: New Essays on the Foundations of Ontology, Oxford University Press.
  3. Kim, J. (2005). Physicalism, or Something Near Enough. Princeton University Press.
  4. Aristotle (1936). Physics. Oxford Univers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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