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 B 종교·철학 · B1 형이상학 기초

B1-2인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네 원인, 흄의 규칙성 분석, 루이스의 반사실적 분석을 대조해 "원인"이라는 낱말의 세 용법을 가른다.

Jun Lee종교·철학중급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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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원전

  • 아리스토텔레스, 『자연학』 II권 3장 194b23-195a3 · Physica, Oxford Classical Texts · 그리스어
  • 데이비드 흄,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 1권 3부 14절 · A Treatise of Human Nature, Oxford 1978 · 영어
  • David Lewis, 『Causation』 Journal of Philosophy 70권 17호 · 1973 · 영어

번역본으로 읽어도 좋지만 해설서만 읽고 원전을 건너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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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상황

"무엇이 이것을 일으켰는가"는 물리학에서도 형이상학에서도 묻는 물음이지만, 두 자리에서 기대하는 답의 종류가 다르다. 물리학은 대개 초기 조건과 운동방정식을 준다. 형이상학은 그것으로 답이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왜 그런지 보려면 "원인"이라는 낱말이 적어도 세 갈래로 쓰인다는 것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세 갈래는 이렇다. 첫째, 어떤 것이 왜 이러한지를 묻는 설명 요구에 답하는 것. 둘째, 두 종류의 사건이 늘 함께 이어진다는 규칙성. 셋째, 그것이 없었다면 결과도 없었으리라는 반사실적 의존. 세 갈래는 겹치지만 일치하지 않는다. 기압계 바늘의 하강은 폭풍과 규칙적으로 이어지지만 폭풍의 원인이 아니고, 규칙성은 있으나 반사실적 의존은 공통 원인 쪽에 있다.

이 구분이 통일장이론 논의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자리는 분명하다. "대칭이 상호작용을 낳는다", "힉스 기제가 질량을 만든다", "초기 조건이 구조를 결정한다" 같은 문장은 모두 인과의 문법을 쓰지만, 그중 어떤 것은 인과가 아니라 근거지음이거나 수학적 함축이다. 어느 것인지 가리지 않으면 트랙 C 의 주장이 부풀려진다.

원전 발췌

한 뜻에서 원인이라 불리는 것은, 어떤 것이 그것으로부터 생겨나되 그 안에 남아 있는 것이다. 청동상에 대한 청동, 은잔에 대한 은이 그렇다.

그리스어

ἕνα μὲν οὖν τρόπον αἴτιον λέγεται τὸ ἐξ οὗ γίγνεταί τι ἐνυπάρχοντος, οἷον ὁ χαλκὸς τοῦ ἀνδριάντος καὶ ὁ ἄργυρος τῆς φιάλης.

아리스토텔레스, 『자연학』 II권 3장 194b23-26· Physica, Oxford Classical Texts

이 구절이 여는 목록이 질료인·형상인·작용인·목적인이다 [1]. 핵심은 네 원인이 네 종류의 밀침이 아니라 네 종류의 "왜" 라는 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하나의 사물에 대해 네 물음이 모두 성립한다고 보았고, 근대 이후 물리학은 그중 작용인만 남겼다. 남긴 것이 축소인지 정화인지가 쟁점이다.

다른 것에 앞서고 인접한 어떤 것, 그리고 앞의 것을 닮은 모든 것이 뒤의 것을 닮은 것들에 대해 같은 선행과 인접의 관계에 놓이는 그러한 것.

영어

An object precedent and contiguous to another, and where all the objects resembling the former are plac'd in like relations of precedency and contiguity to those objects, that resemble the latter.

데이비드 흄,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 1권 3부 14절· A Treatise of Human Nature, Oxford 1978

흄의 정의에는 힘도 산출도 없다 [2]. 남는 것은 선행, 인접, 그리고 유형 수준의 규칙성뿐이다. 필연성은 대상 쪽이 아니라 관찰자의 습관 쪽에 놓인다.

우리는 원인을 차이를 만드는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그것이 만드는 차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일어났을 일과의 차이여야 한다.

영어

We think of a cause as something that makes a difference, and the difference it makes must be a difference from what would have happened without it.

David Lewis, 『Causation』 1절· Journal of Philosophy 70 (1973)

루이스는 흄의 규칙성 정의가 가진 결함 — 기압계 문제, 우연한 일반화 문제 — 을 반사실 조건문으로 넘는다 [3].

논증 재구성

루이스의 반사실적 분석을 전제-결론으로 펴면 이렇다.

  1. 사건 ccee 가 실제로 일어났다고 하자.
  2. eecc 에 반사실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은, cc 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ee 도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반사실 조건문이 참이라는 뜻이다.
  3. 반사실 조건문의 참은 가능세계 사이의 유사성으로 평가한다. cc 가 없는 세계들 가운데 우리 세계와 가장 닮은 세계에서 ee 가 없으면 조건문은 참이다.
  4. 인과는 반사실적 의존의 조상 관계다. 곧 cc 에서 ee 로 이어지는 의존의 사슬이 있으면 ccee 의 원인이다.
  5. 기압계 하강과 폭풍 사이에는 이 의존이 없다. 바늘을 손으로 붙들어도 폭풍은 온다.
  6. 그러므로 반사실적 분석은 규칙성 분석이 걸러 내지 못하는 사례를 걸러 낸다.

무게는 전제 3 에 실린다. 세계 사이의 "닮음"을 무엇으로 재는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4 의 판정이 흔들린다. 루이스 자신도 이 척도를 별도로 정비해야 했고, 그 정비에 법칙의 기적적 위반을 얼마나 허용할지가 들어간다.

반론과 재반론

반론 1. 선점 문제. 두 저격수가 동시에 쏘고 한 발이 먼저 맞았다면, 그 한 발이 원인이지만 그것이 없었어도 다른 총알이 죽음을 일으켰을 것이다. 반사실적 의존이 없는데 인과는 있다.

재반론. 루이스는 사건을 더 잘게 개별화하고 의존의 사슬을 중간 단계로 끊어 이 사례를 처리하려 했다. 실제 죽음은 그 특정 총알이 만든 특정 방식의 죽음이고, 다른 총알이 만들었을 죽음은 다른 사건이라는 답이다. 이 답은 사례를 처리하지만 사건 개별화를 너무 잘게 만든다는 대가를 치른다. 논쟁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 단원은 어느 쪽 손을 들어 주지 않는다.

반론 2. 흄으로 충분하다. 반사실 조건문 자체가 인과 개념을 몰래 쓰고 있다. "붙들었어도 폭풍은 온다"를 평가하려면 이미 무엇이 무엇에 의존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면 분석은 순환이다.

재반론. 루이스는 유사성 척도를 인과에 기대지 않고 법칙 위반의 크기와 사실 일치의 범위로 정의해 순환을 피하려 한다. 성공 여부는 그 척도가 독립적으로 규정되는지에 달려 있고, 이것이 이 입장의 가장 약한 고리다. 다만 순환 혐의가 곧 실패는 아니다. 규칙성 분석도 "유사한 대상"을 고르는 데 이미 자연적 종 개념을 쓴다.

반론 3. 물리학에는 원인이 없다. 기본 방정식은 시간 대칭이고, 상태에서 상태로의 사상만 준다. 원인과 결과의 비대칭은 거시적 열역학적 사실이거나 우리의 개입 관점이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근본 층위에서 인과를 말하는 것은 범주가 어긋난 일이다.

재반론. 이 반론은 강하고, 상당 부분 옳다. 그러나 "근본 층위에 인과가 없다"가 "인과는 실재하지 않는다"로 곧장 가지는 않는다. 거시적 층위에서 성립하는 관계가 실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려면 근본적인 것만 실재한다는 별도의 전제가 필요하며, 그 전제는 b1-5 에서 따로 다룬다 [4].

물리학과의 접점

표시만 하고 주장하지 않는다.

  • 운동방정식의 시간 대칭은 물리학의 사실이다. 여기서 "인과는 환상이다"라는 결론으로 가려면 시간 방향과 인과 방향이 같다는 전제, 그리고 근본 층위만 실재한다는 전제가 더 필요하다. 두 전제는 물리학이 주지 않는다.
  • 광원뿔과 국소성은 인과적 영향의 전파 범위에 대한 상대성이론의 제약이다. 이 제약은 반사실적 의존의 범위를 좁히지만, 무엇이 인과인지를 정의하지는 않는다.
  • 벨 부등식 위반은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을 배제한다 [5]. 흔히 "먼 거리 인과"의 증거로 인용되지만, 표준적 해석에서 신호 전달은 없다. 이 사실은 인과 개념의 어느 갈래에 압력을 주는지 자체가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 인과와 과학적 설명은 겹치되 같지 않다. 설명이 인과를 요구하지 않는 사례(수학적 설명, 대칭에 의한 설명)가 있고, 이것이 트랙 C 에서 반복해서 문제가 된다.

연습문제

문제 1논증 재구성형

"게이지 대칭이 상호작용을 요구한다"는 문장을 세 가지 인과 개념 각각으로 읽고, 어느 읽기가 참이 될 수 있는지 판정하시오.

해설
  • (규칙성) 게이지 대칭을 가진 이론에는 늘 상호작용 항이 따라온다는 유형 수준의 규칙성. 이 읽기는 참이지만 사소하다. 규칙성이 성립하는 이유가 수학적 도출이기 때문이다.
  • (반사실) 게이지 대칭을 요구하지 않았다면 상호작용 항은 없었을 것이다. 이 읽기는 이론 구성의 반사실이지 세계의 반사실이 아니다. 어떤 세계를 "가장 닮은 세계"로 놓아야 하는지가 정해지지 않는다.
  • (설명) 왜 상호작용이 이러한 형태인가에 대한 답. 이 읽기가 실제 물리학의 용법에 가장 가깝다. 다만 이때 "요구한다"는 작용인이 아니라 수학적 함축이다.

흔한 오류는 첫째 읽기에서 곧바로 "대칭이 상호작용을 만들어 냈다"는 작용인 주장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유는 물리학자들이 실제로 "낳는다", "요구한다" 같은 동사를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동사가 연결하는 두 항은 사건이 아니라 이론의 구조와 이론의 항이다. 사건이 아닌 것 사이에는 작용인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것이 범주 오류의 한 유형이다.

문제 2오류 진단형

다음 논증의 결함을 지적하시오.

우주의 시작에는 그 이전 사건이 없다. 흄에 따르면 원인은 결과에 앞서는 사건이다. 따라서 우주의 시작에는 원인이 없고, 원인 없이 존재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해설

결함은 두 겹이다.

첫째, 흄의 정의는 원인이라는 낱말의 한 용법에 대한 분석이지, 존재의 근거에 대한 이론이 아니다. 흄의 정의로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 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일 뿐, 어떤 의존 관계도 없다는 뜻이 아니다.

둘째, "증명되었다"는 과장이다. 정의에 들어맞지 않음을 보이는 것은 정의의 적용 범위에 대한 결론이지 세계에 대한 결론이 아니다. 시간적 선행을 요구하지 않는 의존 개념 — 근거지음, 동시적 유지 — 을 쓰면 같은 사태를 다르게 기술할 수 있다.

흔한 오류는 하나의 인과 개념을 유일한 개념으로 놓고 그 개념의 실패를 사태의 성질로 읽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유는 흄의 정의가 명료하고 조작적이어서 기준으로 쓰기 편하기 때문이다. 명료함은 포괄성의 근거가 아니다.

문제 3반론 작성형

네 원인 가운데 목적인을 물리학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최소작용 원리를 근거로 삼는 반론을 만들고 그 반론의 약점을 스스로 지적하시오.

해설

반론. 최소작용 원리는 경로 전체에 대한 조건으로 운동을 결정한다. 형식상 이것은 끝점을 향해 정해지는 서술이며, 국소적 작용인 서술과 수학적으로 동치이지만 설명의 방향이 반대다. 그렇다면 목적인적 서술이 물리학 안에 남아 있는 셈이다.

약점. 동치라는 사실이 반론의 힘을 거의 모두 없앤다. 두 서술이 같은 운동을 주면, 어느 쪽을 "실제 구조"로 볼지는 물리학이 아니라 해석이 정한다. 게다가 변분 원리의 끝점 조건은 목표가 아니라 경계 조건이며, 목표 개념이 요구하는 규범적 요소 — 그것이 좋기 때문에 그리로 간다 — 가 전혀 없다.

흔한 오류는 수학적 형식의 전역성을 목적성으로 읽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유는 두 경우 모두 "끝을 참조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더 읽기

  • [1] II권 3장과 7장을 함께 읽으면 네 원인이 하나의 대상에 겹쳐 적용되는 방식이 보인다.
  • [2] 1권 3부는 2절부터 14절까지가 한 덩어리다. 14절의 두 정의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 오래된 쟁점이다.
  • [3] 은 짧다. 원문을 직접 읽고 선점 반례를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이 이 단원의 가장 좋은 복습이다.
  • [4] 은 물리학의 형이상학 쪽에서 인과와 법칙을 다시 다룬다.

참고문헌

  1. Aristotle (1936). Physics. Oxford University Press.
  2. Hume, D. (1739). A Treatise of Human Nature. Oxford University Press.
  3. Lewis, D. (1973). Causation. The Journal of Philosophy 70, 556–567. doi:10.2307/2025310
  4. Maudlin, T. (2007). The Metaphysics Within Physics. Oxford University Press.
  5. Bell, J. S. (1964). On the Einstein Podolsky Rosen Paradox. Physics Physique Fizika 1, 195–200. doi:10.1103/PhysicsPhysiqueFizika.1.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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